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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돌 8·15를 맞아 휴전선 일대와 서울 곳곳에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벌어졌다. 평양에서 진행된 8·15 민족대회에 몸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모두가 하나였다. 8·15를 맞은 남측 곳곳의 표정을 전한다.
#1 종로, 8·15 통일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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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종각에서 열린 8·15 통일 대행진.[사진 유수] |
| 8월 15일 오후 4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출발한 통일대행진단이 종로에 도착, 부문 행사를 가진 후 본행사가 시작됐다. 대회사를 맡은 라창순 통일연대 상임공동의장이 “미국이 선제공격 전략, 소형핵폭탄 개발, 정권 붕괴 계획, 전쟁 훈련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전쟁을 막고 통일의 새 장을 열자”고 호소하자 참가자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모양의 부채를 흔들며 호응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이주영(31)씨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북녘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고 다시 한 번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과 숨소리를 나누고 싶었다”라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해외에서 온 참가자들도 있어 주목을 끌었다. 전교조와의 교류를 위해 남쪽을 찾은 일본 ‘자립 교육노동자연합’소속의 교사 10여 명이 참가한 것. 이들은 ‘고이즈미 전쟁책동 반대’ ‘자주통일 지지’ ‘한일노동자 연대하자’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사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한국 방문단 단장 겐조 씨는 “한국 민중의 힘에 크게 놀랐다. 이런 힘을 만들어 낸 전교조 선생님들의 평화교육을 배워가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경찰은 본행사를 위해 행진하는 대학생들을 급습해 학생들이 들고 있던 손바닥만한 성조기를 불법시위용품이라는 이유로 압수하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다. 학생들은 “그 쬐그만게 그렇게 갖고 싶었냐”며 야유.
#2 “섬기는 분은 다르지만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은 하나”
15일 오후 3시 조계사 옆 우정총국 시민광장. 가톨릭,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통일교 등 9개 청년 종교단체가 공동으로 종교청년학생한마당을 열었다. 불교청년들의 흥겨운 길놀이와 가톨릭 청년들의 한바탕 춤판으로 평화의 마당이 시작됐다.
행사에 참여한 각 종단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각자 준비해 온 기원문을 차례로 낭송했다. 사회자는 ‘서로가 섬기는 분은 다르지만 기원하는 뜻은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 행사에 참여한 가톨릭대학생 청주교구연합 박승찬(24) 회장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마음 통일’을 이뤄 함께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3 분단의 아픔을 감싸는 평화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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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뚝섬 ‘평화·통일의 노래 8·15 음악회’ 참가한 어린이 합창단의 귀여운 율동.[김희수 제공] |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한겨레》는 15일 서울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에서 ‘평화·통일의 노래 8·15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에는 가수 정태춘·박은옥 씨를 비롯해 이상은, 권진원, 불독맨션, 안치환 등이 참여해 5000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 평화의 노래로 여름밤을 장식했다. 특히 어린이 합창단 ‘예쁜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날 음악회에는 지난 7월 27일 임진각에서 출발, 분단의 아픔이 서린 현장을 20일 동안 순례한 평화물결단 40명이 그간의 경험을 소개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4 통일열차야 달려라! 도라산역서 평화기원 콘서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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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도라산역 특설무대서 열린 평화기원 콘서트, 가수 세븐이 열창하고 있다. |
| 15일 저녁 5시 30분 민통선 지역내 도라산역 특설무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MBC가 공동으로 평화기원 콘서트를 열었다. 이상벽 씨와 가수 성유리의 사회로 시작된 콘서트에는 이미자, 보아, 윤도현 밴드, 전인권, 세븐, 빅마마,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정상급 가수들이 3000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뜨거운 무대를 연출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달리는 열차위에서 벌어진 ‘레일콘서트’. ‘한국 락의 신세대 대표 주자’ 윤도현밴드와 ‘살아있는 락의 전설’ 전인권이 함께 만든 통일의 열차가 레일을 달렸다. 이날 행사의 주최측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공연도중 북녘 지원사업을 위함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5 16일, 용산 미군기지앞, “통일의 인간띠로 평화를 지키자”
8월 16일 용산 주한미군 기지 5번 게이트 앞. 5000여 인파가 기지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채 ‘한반도 전쟁위협 미국반대, 한총련 탄압 중단을 위한 인간띠잇기’ 행사가 열렸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북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국제적으로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약속하라”라며 북미불가침 조약 체결을 촉구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노래패 소리타래는 졸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자 “깜빡 졸면 코 비가는 서울 아잉교. 퍼뜩 잠 깨이소. 깜빡 졸면 미군 장갑차 지나갑니데이”하며 지난해 미선 효순 살인사건을 꼬집었다. “준비 됐나!”하는 소리타래의 외침에 참가자들이 “됐다!”하며 호응하자 스피커는 미군기지가 떠나갈 듯 아리랑의 곡조를 울려주었다.
마지막으로 미군기지 전체를 에워싸는 인간띠잇기 행사를 계획하였으나 경찰의 저지로 이뤄지지 못했다. 참가자들은 대신 평화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미군기지 철조망에 묶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마저 겹겹이 늘어선 경찰들로 인해 여의치 않았다. 결국 노란 리본은 경찰의 차지가 되었다. 졸지에 비둘기 모양의 부채와 노란 리본으로 단장한 경찰들. 그렇게 싫은 표정은 아니다.
다양한 행사로 8·15를 기념한 한반도 남쪽 곳곳의 표정은 모두 달랐지만 주제는 하나. 한반도에 조성된 전쟁의 기운을 거두고 평화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 커다란 강물을 이뤄 마침내 통일의 바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200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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