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포스코)의 대일청구권자금 사용과 올림픽에 사용한 돈
금빛 연기로 런던올림픽 도마종목에서 한국체조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양학선 선수에게 1억원의 포상금이 전달됐다. 체조요정 손연재 선수를 축하하는 자리도 동시에 마련돼 행사열기를 더했다.
정동화 대한체조협회장(현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20일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에서 양학선 선수에게 포상금을 전달하고,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 진출의 성과를 일궈낸 손연재 선수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날 행사는 정동화 대한체조협회장, 조성동 체조대표팀 감독, 최영신·김지희 코치, 양학선·손연재 선수를 비롯해 체조협회관계자가 참석했다. 포스코건설 임직원 500여명의 열화와 같은 축하와 성원 속에 열렸다.
정 회장은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7월12일 태릉선수촌을 방문, 막판 구슬땀을 흘리는 체조대표 선수들을 만나 격려금 1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1985년 故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대한체조협회장을 맡은 이후 포스코패밀리는 27년동안 약 130억원을 한국체조의 발전을 위해 지원해 왔다.
포스코건설은 1995년부터 그 바통을 이어받아 연간 7억원으로 후원금을 증액하는 한편, 세계적 선수 양성을 목표로 2004년에는 남자체조팀을 창단하는 등 비인기종목인 체조의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그런데 한마디해야 되겠다.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그 돈은 사실상 일제 피해자들의 몫이다. 더구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한일 청구권 협상 이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이유로 일본 측으로부터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는 피해사실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노예(종군위안부) 할머니들도 계신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 등은 “대일 청구권 자금의 최대 수혜기업 포스코는 역사적 책무를 다하라”고 주장한다.
‘매출액의 1%(지난해 기준 약 6800억원)를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재단에 출연하라’는 요구다. 2011년 8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 특별법’이 개정돼, 민간재단을 설립할 법적 근거는 마련된 상태다.
포스코를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을 맡은 재판부도 포스코에 사회·윤리적 책임을 촉구했다. 징용 피해자 99명은 2006년 5월 “청구권 자금을 포스코를 설립하는 데 사용해 일제 피해자들에게 귀속되는 것을 방해했다”며 포스코 쪽에 1인당 10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5부는 2009년 7월 항소심에서 “포스코가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권 자금 중 일부를 투자받아 설립됐고, 이를 상환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포스코의 설립 경위와 기업의 사회 윤리적 책임 등에 비추어볼 때 강제징용, 임금 미지급 등의 피해를 본 사람이나 그 유족들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대일 청구권 자금을 받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법원이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지난 3월 이사회에서 2014년까지 100억원을 내놓기로 결정한 뒤, 대법원이 ‘미불 임금에 대한 개인청구권은 살아 있다’고 판결한 이후에도 종전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피해자 지원 활동에 동참한 것이지, 대일 청구권 위로금 소송과는 관련이 없다”며 “100억원 이외의 추가 출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 쪽은 일본에서 들여온 유상 차관은 1997년까지 다 갚았고, 무상 차관은 정부가 주식으로 가지고 있다가 ‘민영화’하면서 다 팔고 나갔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지난해 경영실적은 철강재 3700만t을 생산해 매출액 68조9000억원에 영업이익 5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포스코가 100억원만 내놓기로 했다는 소식에, 강점기 피해자들은 “포스코가 일본 정부에서 받은 청구권 자금을 가져다 쓰고도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구권 자금 지원을 받았던 기관은, 포스코 말고도 지금의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코레일, 케이티(KT), 외환은행, 케이티앤지(KT&G), 한국수자원공사 등 10여곳에 이른다. 외환은행은 원자재 도입 등을 위해 1억3200만달러(26.7%)가 투입돼 가장 많았다. 한국전력엔 무상(366만6000달러)과 유상(178만달러) 등 544만6000달러가 투입됐다. 한국전력 쪽은 “정부로부터 받은 544만6000달러를 다 갚아 ‘수혜가 아니다’라고 판단한다”며 “현재 (기금 출연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